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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원의 네쌍둥이 간호사
권영탁
2016. 9. 22. 10:09
길병원의 네쌍둥이 간호사에 대해 알아봅니다.
네 쌍둥이 자매가 한날한시에 자신들이 태어난 병원의 간호사가
됐다.
최근 간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하고 이 병원에서 첫 근무하게 된
42 명을 대표해
단상에 오른 황 슬·설·솔·밀 자매 가운데 맏이 슬이가 가천 길재단 이길여 회장 앞에서
신고식을 겸해 감사 편지를 읽었다.

▲ 황설·밀·솔·슬(왼쪽부터) 자매는 이곳 길병원에서 첫 울음을
울었었다.
그리고 21 년 뒤 태어난 병원에서
간호사로 나란히 사회 첫 걸음을 걷게
됐다.
네 쌍둥이와 길병원의 인연은 21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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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 에서 광부로 일하던 아버지 황영천(56)씨와 동갑 부인 이봉심씨는결혼 5년째인 1988년 말, 둘째가 임신된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월세 2만원 방 한 칸에서 살던 부부에게 병원은 "하나만 낳고 나머지는포기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부부는 모두 낳기로 하고 이씨의 친정이 있는인천의 한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출산 예정일 전에 양수가 터졌다.당황한 병원에서는 인큐베이터가 있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고,이씨는 길병원으로 몸을 옮겼다.
출산 2시간여 전인 오전 7시쯤 병원에 도착했지만이곳 의료진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게다가 아무런 진료 기록도 없이 산모만 급하게 실려왔기 때문이었다.
“저도 사실 걱정스러웠어요. 우리 병원에서도 네 쌍둥이는 처음이었으니까요.게다가 진료 기록도 없고, 아기는 당장 나오게 생겼고….”이 이사장은 고심 끝에 제왕절개 출산을 결정하였다.그리고 20 여분 만에 나머지 셋이 뒤를 이었다.재수술을 거치며 무사할 수 있었다.신생아실 인큐베이터에 누워있는 네 쌍둥이를 둘러보았다.
“아이들이 조르르 누워있는 걸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오더라고요.인천에서는 처음 나온 네 쌍둥이였는데 어쩌면 저렇게들올망졸망하게 생겼나 싶고….그런데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니 산모의 집안 형편이 아주 어렵더라고요.”
산모와 아이들이 퇴원할 때 이 이사장은 수술비와 인큐베이터 사용비를받지 않았다. 대신 강보에 싸인 채 나란히 누워있는 네 아이와 기념 사진을 찍고,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산모에게네 아이가 대학교에 가면 장학금을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 그러다가 2006년 사진첩을 정리하던 중
네쌍둥이가 퇴원 때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는
그때 약속이 떠올라 이들 가족을 수소문했다.황씨는 광부를 그만둔 뒤 장사와 노동일 등을 하고 있었고,집안은 생활 보호대상자로 지정될 만큼 어려웠다.쌍둥이 자매들은 중.고등학교 시절 반장을 도맡아 하고학교 성적도 우수할 뿐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태권도를배워 4명 모두 각종 태권도 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실력을 갖췄다.
어린 시절의 꿈은 다양했지만 4 명 모두 ’백의의 천사’라는 같은 꿈을이루기 위해 간호학과 진학을 결심했다.
’슬’과 ’밀’은 수원여대 간호학과에, ’설’과 ’솔’은 강릉영동대 간호학과에합격, 4명 모두 간호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이 이사장이 농담처럼 "간호사가 돼 고마움을 사회에 갚게 하시라"고했던 말을 부부가 가슴에 새겨 두었다가 가족회의를 거쳐 결정한 일이었다고 한다. - 합격은 했지만 등록금이 없어 고민하던 이들에게 다시 행운이 날아들었다.2007년 이들의 생일을 하루 앞둔 1월 10일 이 이사장은입학금과 등록금으로 2,300만원을 전달해 18년 전 약속을 지켰다."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면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뽑아주겠다"는두 번째 약속을 했다.통보를 받았다.
어머니 이 씨는 “4명 중 하나라도 떨어질까 봐 마음을 졸였는데간호사 국가고시에 모두 합격해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 네 쌍둥이가 간호사 국가고시에 전원 합격하자이 이사장은 약속대로 이들을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채용했다.
이 이사장은 “전세계적으로 희귀한 네 쌍둥이를 건강하게 키워낸 엄마가훌륭하다”며 “길병원에서 태어나 간호사로 되돌아온 네 쌍둥이들이나이팅게일 선서의 가르침대로 훌륭한 간호사가 됐으면 좋겠다”라고말했다.한 사람이 홍길동처럼 여기저기 병동을 다니면서 환자를 보는 줄알 거야.” 이 이사장의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네 쌍둥이의 맏이인 황 슬 씨는 “ 이길여 이사장님께서 저희와의 약속을 지켰듯이네 자매들도 이사장님께 약속 드렸던 대로 가난하고 아픈 할머니와 할아버지를열심히 섬기는 가슴 따뜻한 간호사가 되겠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