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지인이 무료 레슨을 신청해주는 바람에 6번만 가보자 했어요. 그러다 스윙에 푹 빠지게 됐죠.” 스윙댄스 세계챔피언의 입문은 그리 거창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다. 좋아하는 엔지니어 일에서 스스로를 미치게 하는 스윙댄스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전 스윙댄스 월드챔피언 & 공연기획자 김잔디 대표를 만났다.
스윙댄스는 스윙 형식의 재즈에 맞춰 추는 커플댄스이다. 1930년에서 40년대 말까지 스윙재즈를 기반으로 한 춤이며, 린디홉(Lindy hop), 발보아(Balboa), 찰스턴(Charleston), 지터벅(Jitterbug), 쉐그(Shag), 부기우기(Boogie Woogie), 웨스트 코스트 스윙(West Coast Swing), 이스트 코스트 스윙(ECS), 스윙 자이브 (Swing JIVE) 등이 있다.
밀레니엄 힐튼 공연 (사진=스윙파크 제공)
2006년 아메리칸 린디합 챔피언쉽 프로암 1위, 2011년 캐나다 스윙 챔피언쉽 클래식 스윙커플 3위의 성적. 스윙의 불모지에서 이런 성적을 거두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남다른 노력이 있었을 거 같습니다.
저는 체력도 유연성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몸을 단련하기 위해서 여러가지를 시도했어요. 시작은 발레였고, 유산소 운동과 홈트를 병행했어요. 출퇴근길이나 집에서 TV보는 시간에도 사이사이 운동과 연습을 놓지 않았어요. 잠들기 직전 이불 위에서도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잠들었으니까요.
학생들이 ‘학교 → 학원 → 집’이었다면 저는 ‘회사 → 스윙댄스 → 집’이었어요. 전업을 했을 때에는 오전부터 저녁 수업 전까지 연습하고, 이후에는 가르치거나 배우며 스윙댄스를 추었으니까요. 하루 10시간 정도 춤을 췄던 거 같아요.
특별히 아프거나 피치 못 할 상황이 아니라면 이 패턴은 계속됐죠. 외국에 한번씩 나갔을 때에는 시간이 아까워서 3-4시간만 자고 춤춘 적도 정말 많았어요. 한 곡이라도 일분이라도 몸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이 추고 배우고 습득하고 싶었으니까요.
남다른 노력이라기 보다는 열정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지나가면 댄서들이 ‘crazy’ 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하니까요.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한 곡 더 추자고 졸랐었던 기억도 나네요. 열정으로 똘똘 뭉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났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저를 알아봐 주는 좋은 분들이 생기게 되고 좋은 성적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2011년 스윙댄스 재즈를 전문으로 하는 스윙파크를 설립하셨습니다.
사람들에게 근심, 걱정 없는 흥겨운 휴양지란 의미를 가진 "Swing Park"는 Jazz와 Swing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스윙 복합 문화예술 공연회사’에요. 한국 최초의 스윙댄스 극장 공연으로 2011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으며, 야외무대부터 실내 예술회관, 극장, 방송 등에서 활동해 왔어요. 재즈와 관련된 모든 무대를 함께하고 있으며, 음악, 패션, 미술 등 여러 예술과 콜라보도 진행하고 있어요.
스윙파크의 모티브는 '죽는 날까지 무대에 오르는 것의 현실화'로 어린이부터 100세까지 함께 오르는 무대예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당시 스윙의 레전드인 노마밀러, 채즈영, 던햄튼 외 여러 레전드 댄서분들을 모셔서 우리나라의 젊은 스윙 댄서들과 함께 무대를 올리기도 했어요.
앞으로 이런 공연들을 더 많이 올려, 무대에서 삶을 보여주고 소망과 희망을 가슴에 안겨 드리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스윙파크는 공연, 교육, 페스티벌을 기본 모델로 시작하여, 추후 100세 무대를 목표로 예술인들의 활동 및 재활 재단을 함께하는 사회적 활동을 지향하고 있어요.
스윙댄스를 즐기는 층이 다양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스윙을 배우는 분들은 어떤 분들이고, 기억에 남는 분이 있으신가요? 스윙댄스를 배우고 싶은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스윙댄스는 남녀노소 나이를 넘어서는 장르에요. 처음 시작은 대학가에서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배우고 즐기고 있어요. 물론 아직은 2030의 젊고 활기찬 분위기가 우세하긴 해요.
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홍대, 강남, 신사 같은 핫 플레이스에 많이 분포해 있었어요. 대학생들이 스윙댄스를 추는 곳엔 100명, 200명씩 모여 춤을 열정적으로 즐겼죠. 당시에는 제대로 된 선생님 찾기도 어려운 시점이어서, 서로가 서로를 알려주며 함께 연구하던 시점이었는데요. 스윙의 불모지에서 미국에 나간다는 건 상상조차도 어려웠던 시점이었어요.
스윙댄스는 몸치도 도전해 볼 수 있는 쉽게 접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춤이면서도, 칼로리 소모가 높아 다이어트에 좋고, 내근육과 잔근육을 만들어 주기에 건강에도 좋아요. 국내외 어디서든 재즈가 흘러나올 때 춤출 수 있다면, 너무 즐겁지 않을까요?
치매에도 제일 좋다는 커플댄스인데요, 거기에 둥칫둥칫하는 재즈의 흥겨움과 멋짐까지 함께 하는 스윙댄스를 평생 춤으로 추천해 드려요.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작년과 올해 활동은 어떠셨나요?
모든 문화예술이 정지 상태에 있죠. 물론 저희도 정지 상태예요. 온라인으로 많이 옮기고 있는 상황인데요, 스윙은 커플댄스가 주 이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공연과 다양한 활동들은 잠시 코로나 뒤로 미루고, 코로나19 이후 어떤 공연들과 프로젝트를 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맘을 내려놓고 있죠.
신관웅 빅밴 밴드와 함께 한 노원문화예술회관 섬머 재즈 공연 (사진=스윙파크 제공)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춤 분야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이뤄졌을까요?
사각지대라고 하죠. 프리랜서 지원금 제도를 내놓았지만 저는 1차~3차까지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어요. 아마 저와 같은 분들이 정말 많으실 것 같아요. 앞으로 4차 지원을 앞두고 있는데요, 4차에는 가능해질지 모르겠네요.
코로나19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라 도움 없이는 계속 이 일을 하기는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제 주변에도 이미 그만두신 분들도 있어요. 기획을 하셨던 분들께서는 빚을 지기도 하고, 폐업, 신용불량자가 되어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도 보았어요. 잘 먹고 잘 훈련해야 할 몸을, 배달과 노동하며 힘들게 지내는 예술인이 너무 많아요.
스윙댄스라는 분야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되었으면 하는 희망 사항이 있는지요?
스윙댄스는 아직 대중화되지 못했어요. 많은 가수분들과 아이돌 분들의 노래 속에 스윙은 늘 흐르지만, 춤이 함께하지는 못 했던 것 같아요. 좋은 스윙 리듬의 노래들과 함께 콜라보하며 대중화가 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스윙댄스가 하나의 종목으로서 인정받고, 정규 공연과 학과개설이 되어 스윙댄스를 사랑하고 인생을 여기에 던진 친구들의 앞길이 빛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노력하려고 해요.
스윙댄스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다시 오길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사람들에게 공원과 같은 휴식을 줄 수 있는 좋은 공연 컨텐츠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요즘 코로나19 이어서 모두가 힘든 시점이잖아요. 현재의 상황에 좌절하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시대를 여는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지기를 소망하며 이 기간을 브레인스토밍 기간으로 두려고 해요.
하반기에 공연들이 다시 시작되면, 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페스티벌과 콘서트 들을 함께 할 예정이에요. 좋은 공연 소식들이 시작되면 문화 뉴스와 함께 나눌게요.
<김잔디 대표 주요약력>
2004 삼성종합기술원 2006 America Lindyhop Championship Pro-Am 1위 2008 한국재즈협회 스윙댄스분과장 2011 Canada Swing Championship Invitational & Classic division 3위 2011 Legends of swing in Korea 한국 최초의 스윙댄스 공연 시작 ( 미국의 스윙 1세대 Norma Miller & 노마밀러의 파트너이자 스윙댄스 일 세대 대부 Frankie Manning아들 Chazz Young 초대 ) 2012 까르떼블랑슈 후원의 Jazz Park 속 Swing Park Show 스윙댄스공연 기획 및 진행 2013 한국 최초 스윙댄스 공연 회사 '스윙파크' 회사 시작 2015 CBS 세상을 바꾸는 15분 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