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어공

어공을 아시나요? 저도 생소해서 알아 봤습니다.

 

'어공'과 '늘공'이라는 말이 있다.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 즉 민간 출신 공무원을 '어공'이라 하고 고시 출신 직업 공무원은 늘 공무원이라는 의미에서 '늘공'이라고 부른다.

정부뿐만 아니라 서울시에도 어공과 늘공이 공존한다. 눈에 띄는 것은 박원순 시장이 온 이후 서울시의 어공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서만도 3·4급 자리에 다섯 명의 외부 전문가 공모 절차가 이뤄졌거나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시는 오는 2020년까지 외부 전문가 800명을 추가 충원키로 한다는 목표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렇게 되면 외부
채용 비율은 현재의 8.9%(881명) 수준에서 17%(1,681명)까지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서울시에서 근무하는 일도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주요 도시들이 경쟁하는 시대에 늘공만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또 어공과 늘공의 칸막이를 열어 혁신을 해야 시민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서울시의 설명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민간과 비교할 때 공직 사회는 너무 경직돼 내부에서 다양한 혁신이 더디다는 점이 단골로 지적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공이 선이고 늘공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은 자칫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박현정 전 서울
시향 대표의 막말 파문이 좋은 예다.
 
박 전 대표는 박 시장이 사실상 발탁했다.
대기업 출신이어서 기대를 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는 직원들에 대한 막말로 중도 하차였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도 못하고 개인적 실수로 물러나게 된 셈이다. 박 전 대표를 발탁하기 앞서 약간의 검증 절차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 대목이다. 박 시장은 사석에서 민간인 출신들의 검증이 어렵다는 점을 토로했다. "특정인에 대한 검증을 하려는 순간 발탁이 기정사실처럼 돼버려 현실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주위를 통해 성향을 좀 더 파악하고 싶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어공이 늘어나면서 늘공과 부딪힐 일이 점점 빈번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민간 출신 어공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성과를 중시하는 반면 늘공은 법을 먼저 따지는 조심성부터 서로 잘 융합하기 힘든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늘 갈등 요인이 잠복해 있는 것이다. 

외국인을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시도 자체도 긍정적이지만 국내 초일류 대기업인 삼성이나 LG그룹조차도 다른 문화환경에서 자란 외국인을 채용하고 관리하는 일은 큰 고민일 정도로 만만찮은 일이다.

시 산하 기관장은 대부분 박 시장이 전문성을 이유로 발탁했지만 일부는 막상 기관장이 되고 나서 늘공보다 더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곳도 있다. 어공이 항상 늘공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공의 자생적 변화마저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박 시장이 목표한 대로 어공을 늘려 이들의 혁신
아이디어를 공직 사회에 접목하고 늘공의 변화도 이끌어내면 금상첨화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어공이 조직과 융화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지 늘공의 얘기를 들으며 중간점검을 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글 띄어쓰기 원칙  (0) 2015.07.18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0) 2015.07.05
코스프레, 코스프레녀  (0) 2015.06.25
정서진  (0) 2015.06.12
안경이야기  (0) 2015.06.07